본문 바로가기

Contributors' Montly Columns/박현준 - PDJ 음악 파일

(13회) 70년대 재즈 훵크(Jazz Funk) 히트메이커, 데오다토(Deodato)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주연의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가 최근 개봉해서 대단한 화제를 모으며, 국내외에서 흥행에 성공중이다. 인류의 존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항성간 여행을 펼치면서, 인류가 살아가야할 곳을 찾기 위한 주인공들의 사투 속에 휴머니즘과 가족애등 여러 요소를 멋지게 담아내었다는 평을 받으며,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는 모습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영화가 있었는데, 바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SF 걸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A Space Odyssey, 1968)’였다. 물론 두 작품의 지향점은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인터스텔라의 살갗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다.”란 어느 영화 평론가의 말처럼 ‘인터스텔라’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외형적인 부분만 두고 봤을 때는 맥락이 닿아있는 듯하다. 특히 ‘인터스텔라’에서 성간여행을 하는 우주선 인슈어런스호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나오는 디스커버리호의 자식처럼 느껴질 정도로 외형적인 컨셉이 비슷해 보인다. 그리고 한스 짐머(Hans Zimmer)가 담당한 ‘인터스텔라’ 사운드트랙 역시 곳곳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잔향이 울려 퍼졌는데,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봤던 관객이라면 머릿속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Also Sprach Zarathustra(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동시에 오버랩 되었을 것이다. 이곡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테마곡으로 영화에서는 ‘카라얀(Karajan)’이 지휘하고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하지만 팝 음악 팬들에게 Also Sprach Zarathustra는 재즈 훵크로 편곡된 ‘데오다토(Deodato)’의 버전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데오다토의 본명은 ‘유미르 데오다토(Eumir Deodato)’로 브라질 리우 출신의 피아니스트겸 작곡가로서 팝 음악은 물론, 클래식과 재즈 훵크(Funk), 브라질음악의 접목을 꾸준히 이어왔던 아티스트다. 그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는데 기여했던 음악이 앞서 언

급한 ‘Also Sprach Zarathustra (2001)’이었는데, 이곡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Also Sprach Zarathustra’의 유명한 도입부를 브라질리언 리듬과 훵크를 접목시켜 멋지게 재해석해낸 작품이었다. 어쩌면 그는 이 한곡만으로만 국내에 알려져 있을지도 모른다.

데오다토는 12살이 되던해 아코디언을 독학으로 익힌 이후 17살 첫 레코딩을 하기전까지 오케스트라 편곡을 홀로 마스터 할 정도로 음악에 대해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그가 레코딩 작업을 시작하던 1960년대 초반의 브라질은 보사노바 음악이 주류 음악으로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던 때였지만, 쿠테타를 통해 군사정권이 들어선 시기였기 때문에 ‘세르지오 멘데스(Sergio Mendes)’, ‘조아웅 질베로토(João Gilberto)’ 같은 거장이 군사정권을 피해 망명을 떠날 때이기도 했었다. 데오다토 역시 보사노바의 선구자인 작곡가 ‘루이스 봉파(Luiz Bonfá)’와 함께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팝계에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하게 되는데, 1973년 발매한 첫 솔로 앨범 Prelude를 통해 브라질리언 리듬이 가미된 새로운 스타일의 재즈 훵크 음악을 선보이며 주목받는다. 이 앨범에 바로 9분에 육박하는 Also sprach Zarathustra가 수록되었고, 연주곡임에도 불구하고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올라가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1974년 그래미에서 최우수 팝 연주 부분을 수상한다. Prelude의 여세를 몰아 Deodato 2를 연이어 공개하며 솔로 아티스트로서 성공을 이어간다. 재즈 훵크로 편곡된 조지 거쉰(George Gershwin)의 명곡 Rhapsody in Blue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느낌을 주는 연주곡으로 70년대 내내 미국의 유명 자동차 회사인 폰티악(Pontiac)의 광고 음악으로 쓰이며 유명세를 누린바 있으며, 또 다른 수록곡인 Pavane for a Dead Princess에서는 ‘라벨(Ravel)’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드(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를 재즈 훵크 스타일로 재해석하는등 ‘Deodato 2’는 Prelude에서 보여줬던 본인의 장기를 그대로 이어갔던 수작으로 남아있다. 



Deodato - Also  Sprach Zarathustra

이후 데오다토란 이름으로 활발한 솔로 활동을 펼쳐보였지만, 팝계에서는 솔로 아티스트로서보다 프로듀서로서 더욱 확고한 입지를 다져온 뮤지션으로 더 잘 알려져있다. 1960년대 음악활동을 시작한 이래 500여장의 앨범 크레딧의 자신의 이름을 올렸으며, ‘웨스 몽고메리(Wes Montgomery)’, ‘아스트루드 질베르토(Astrud Gilberto)’,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등의 앨범 제작에 참여했고, 90년대 후반에는 ‘뷰욕(Björk)’의 ‘Homogenic’ 앨범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담당하는가 하면, 근래에는 시카고 출신의 래퍼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의 ‘Paris, Tokyo’란 곡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등 최근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인터스텔라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성간을 넘나드는 영화였기 때문일까?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시대와 장르를 마구 넘나들었던 것 같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인터스텔라’를 믹스해보기도 하고, ‘한스 짐머’의 인터스텔라 O.S.T와 ‘데오다토’의 음악을 바꾸어 대입시켜보기도 하는 등 재밌는 상상을 했었던 것 같다. 이 기회에 독자들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SF 걸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뮤지션 중 하나인 ‘데오다토’를 접해보시길 바란다. 영화와 음악을 통한 또 다른 인터스텔라(성간여행)를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박현준, 경인방송 [박현준의 라디오 가가] P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