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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ibutors' Montly Columns/박현준 - PDJ 음악 파일

[제 2호] PDJ 박현준의 음악파일 - 밥 딜런 부스러기


  지난 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이프 오브 파이’로 생애 두 번째 감독상을 수상한 이안 감독의 2009년 영화 ‘테이킹 우드스탁’에도 밥 딜런이 언급된다. 이 영화는 우드스탁 페스티벌 한복판을 배경으로 문화적 격변 속에서 가족의 갈등이 해소되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영화에는 우드스탁 페스티벌 무대나 공연은 단 한 씬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사운드트랙은 리치 헤이븐스. 제니스 조플린, 그레이트풀 데드 등 우드스탁 페스티벌 주역들의 노래를 사용했다. 대신 영화 속에는 당시의 풍경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가운데 하나가 평화와 반전의 내용을 적은 피켓들 사이로 “밥 딜런은 나타나라(Bob Dylan Please Show Up)”란 피켓을 들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장면이었고, 감독의 센스가 잘 발휘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밥 딜런은 1965년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이후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 근처에서 몇 년째 은둔중이었다. 밥 딜런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보면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있고 싶었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이 때 밥 딜런은 자신의 백밴드이기도 했던 밴드(The Band)와 함께 집을 한 채 빌려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녹음했다. 이 집의 이름이 빅 핑크(Big Pink)였고, 밴드의 데뷔 앨범 「Music From Big Pink」의 타이틀이 되었으며, 당시 만들고 녹음했던 곡들은 1975년에 「The Basement Tape」란 타이틀로 세상에 공개되기도 했다.

  어쨌든 당시 밥 딜런은 1966년 이후로 투어를 하고 있지 않던 상황이었고, 새로운 세대의 대변자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주최했던 마이클 랭은, 그런 점 때문에 출연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밥 딜런은 1984년 롤링스톤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상징하는 모든 것이 나와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나와 내 가족은 꼼짝할 수가 없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우드스탁 페스티벌 셋째날에 밴드(The Band)가 출연을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밥 딜런의 출연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때 분위기를 영화 ‘테이킹 우드스탁’에서는 “밥 딜런은 나타나라”란 피켓 든 남성을 통해 표현해준 것이었다. 어찌됐건 밥 딜런은 당시 그곳에 있건 없었건 간에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관장하는 강력한 정신이었던 셈이다. 갑자기 토드 헤인즈 감독이 만든 밥 딜런의 전기 영화도 생각난다. ‘아임 낫 데어’(2007). 영화도 영화였지만, 사운드트랙이 굉장히 멋졌다. 에디 베더, 소닉 유스, 캣 파워, 블랙 키스 등의 후배들뿐만 아니라, 리치 헤이븐스, 윌리 넬슨 등 한 시대를 함께 호흡한 거장들의 숨결로 탄생한 밥 딜런의 아찔한 음악들이 담겨 있다.

글/ 박현준 (FM 90.7Mhz 경인방송 ‘박현준의 라디오 가가’ 제작/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