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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Act

[Web Only] Perfume FES!! 2014 with Maximum The Hormone

Idol/Electronic팬들과 Metal팬들의 경계를 허물었던 기념비적인 라이브 이벤트 

일시: 2014년 10월 12일 (일) 오후 7시
장소: AX-Korea 
 
 

 2012년 초 4집 [JPN] 발매 때부터 퍼퓸이 일본 내에서 유니버설 뮤직과 세계 시장 배급 계약을 맺으면서 한국에서도 처음 정식으로 그들의 음반과 음원을 만나게 된지 2년이 지났다. 그 시간동안 그들은 지난 2012년 하반기에 가졌던 첫 단독 내한공연, 그리고 2013년 6월 있었던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확실히
음지에서 그녀들에게, 프로듀서 나카타 야스타카 특유의 서구적 감각에 근접한 일렉트로닉 팝에 빠져들었던 이들을 수면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2014년, 퍼퓸과 소속사 아뮤즈는 작년 5월~6월에 일본 내 도쿄, 나고야, 오사카에서만 열렸던 퍼퓸과 타 아티스트들과의 '(공연 시간을 분할하고 콜라보레이션도 선보이는) 합동 콘서트'인 [Perfume FES!!](당시 명칭은 Datta'n'jake: Sasurai no Men Kata Perfume Fes!! 였다)의 2014년 새 투어에 한국 서울 공연을 포함시켰다. 그것도 일본 내의 일정에서 나온 팝/아이돌/R&B, 힙합 계열 아티스트가 아닌, 작년 페스트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헤비메틀 밴드 맥시멈 더 호르몬(Maximum The Hormone)과 함께!! 물론 한국 팬들은 그들을 지난 2012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만나 봤던 적이 있으나, 과연 이 서로 완벽하게 상이한 장르를 구사하는 두 밴드의 무대를 한 공연장에서 함께 본다는 느낌이 어떨까..라는 생각만으로 공연장으로 가는 기분은 미묘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세월호 침몰 사건이라는  비극으로 인해 원래 이 행사가 기획되었던 4월 공연이 취소가 되는 아픔을 겪었음에도 아티스트들의 의지로 이 공연이 6개월 뒤에 이렇게 치뤄질 수 있다는 것은 이들의 한국 팬들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가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사건이이도 했다. 
 


  공연장 앞에는 관람 1시간 반 전부터 거의 모든 관객들이 도착해 입장 번호에 맞게 줄을 서 있었다. 지난 번 단독 내한과 달리 두 아티스트의 상이한 분위기의 사진이 위 아래로 함께 걸려 있는 현수막이 일단 반가우면서도 살짝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지난 번에는 일본 팬들이 너무 과하게 참가해서 한국 팬들을 압도했던 감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한국의 퍼퓸 팬들과 조용히 그들의 내한을 기다려왔던 골수 맥시멈 더 호르몬의 팬들까지 총집결하여 확실히 한국팬들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6시 조금 넘은 시간부터 진행요원들은 관객들을 줄을 선 대로 입장시켰고, 공연장 안에 들어가서도 거의 40분 이상을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일단 무대 위에 밴드 세팅이 되어 있는 것에서 맥시멈 더 호르몬이 먼저 무대에 설 것임은 충분히 파악이 되었다. 그리고 공연 예정 시각이 5분 정도 경과했을 타이밍에 밴드 멤버들이 무대 위로 뛰쳐나왔다. 

  샤우팅 보컬과 랩을 담당하는 다이수케 한(ダイスケはん), 베이시스트 우에짱(上ちゃん), 그리고 밴드의 두 주축인 강력한 홍일점 누님 드러머 나오(ナオ)와 헤비 리프와 솔로를 책임지는 기타리스트인 남동생 막시맘 료군(マキシマムザ亮君)로 도쿄 하치오지에서 1998년 처음 조직된 맥시멈 더 호르몬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인디즈 씬에서 활동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뉴 메틀보다는 더 헤비하면서 동시에 하드코어 펑크의 과격한 스트레이트함을 계승한 음악들로 서서히 팬층을 확보해 결국 2005년에 VAP를 통해 메이저급 데뷔를 완수했고, 그 후 일본 전역은 물론 동북아시아 골수 펑크 록/메틀 팬들에게 확고한 지지를 얻어왔다. 그리고 작년에 발표한 신작 [予襲復讐](예습복습)는 당당히 오리콘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하면서 메이저 진출 9년만에 역시 아이돌 음반들이 강세인 일본 음악 시장에 충격을 전해주었다. 바로 이런 오랜 경력을 통한 입지전적 성공을 자랑하는 이 밴드의 라이브는 거의 1시간 동안 3번의 멘트시간 외에는 멤버들이 타이트한 공연을 펼치며 그들보다 퍼퓸을 기대하고 공연장을 찾았던 음악 팬들까지 모두 단번에 열기 속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특히 2012년 펜타포트 공연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단순히 스피디함과 경쾌함 자체에만 치우치지 않고 라이브 연주 내내 충실한 연주력을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은 경탄할 만했다. 그러나 잠시 연주가 멈춰지고 멘트를 할 때는 팀의 맏누나 나오와 보컬리스트 다이수케 한은 준비해 온 한국어 멘트를 읽는 어설픔과 그들이 원래 공연에서 보여주는 개그 감각도 함께 선사하며 분위기를 전환시켜주기도 했다. 'Maximum The Hormone', '便所サンダルダンス(변소샌들 댄스)', 'え・い・り・あ・ん(에릴리언)' 등 세트리스트 선곡은 주로 작년 발표된 최근 앨범의 수록곡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후반부의 퍼퓸 공연 때처럼 관객 통역이나 한국어 자막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미 록 음악을 사랑한다는 에너지 만으로 밴드와 관객은 하나가 되었다. 이 밴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온 관객들까지 어느덧 그들에게 몰입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으니까. 밖의 한파와 상관없이 악스홀을 뜨겁게 달궈준 1시간이었다.  

(사진 출처: 맥시멈 더 호르몬 공식 홈페이지) 
 

  맥시멈 더 호르몬의 공연이 끝난 것이 8시 10분 정도, 그 때부터 무대 위의 스탭들은 더욱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의 10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무대 위를 장식했던 밴드를 위한 세팅은 싹 치워졌고, 다시 10분도 안 되는 시간동안 퍼퓸이 그들 특유의 퍼포먼스를 펼칠 무대의 세팅이 간단하게 완료되었다. 이미 2년 전에 이 곳에서 공연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일까?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는 모습에 다음 무대를 기다리는 20분이 그리 지루하진 않았다. 그리고 8시 30분 경, 다시 조명이 꺼지고, 현란한 LED 스크린의 화면과 레이저 빔이 무대를 수놓았다. 바로 이 날의 두 번째 주인공, 앗쨩-카시유카-놋치, 퍼퓸의 무대가 시작된 것이었다.  2년 전 내한 공연 인트로에서 앨범에 수록되기도 전에 미리 인스트루멘틀 버전을 열심히 들었던  'Into The Sphere'를 부르기 위해 멤버들이 무대 위에 등장했고, 그들은 단숨에 방금 이 곳이 메틀 밴드의 공연이 있었는지를 의심하게 만들 만큼 하나의 준수한 일렉트로닉 클럽 분위기로 변화시켰다. 'Laser Beam'과 그들의 메이저 데뷔곡 'Polyrhythm'까지 3연타를 선보인 후, 이들은 지난 번 공연 때와 비슷하게 앗쨩의 주도로 토크 시간을 잠시 가졌다. 지난 번 공연 때는 길었음에도 통역이 없어 조금 관객들이 애매했었던 것을 의식한 것인지, 이번에는 (토크에서는 일본에서도 항상 말이 많은 편인) 앗쨩의  일본어를 즉석에서 통역해주기 위해 한국 관객이 그 역할을 담당해 주기도 했다.  
  

(사진제공: 아뮤즈 코리아)

그리고 항상 공연 중간에 이들이 갖는 소위 'P.T.A(퍼퓸 공식 팬클럽의 이름) 시간'도 공연 중반부에 이어졌다. 지난 2년 전 공연에서는 관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떡/볶/이'에 맞춰 구호를 따라하게 했던 그들은 이번엔 '크/레/용/팝'이라는 네 글자 구호에 맞춰 호응을 하게 관객들을 연습(?)시켰다. 그리고 나서 자신들이 한국 팬들을 위해 특별히 안무까지 연습하며 준비해온 크레용팝의 '빠빠빠'를 직접 선보였다. 예전보다 훨씬 더 한국 팬들을 배려하는 공연 진행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레퍼토리는 기존의 그들의 베스트도 몇 곡 선곡되었지만, 나머지 곡들에서는 근래 그들의 발표했던 [Level 3](2013) 앨범의 수록곡들과 지난 악스홀 무대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곡들을 더 많이 선곡해 한국의 퍼퓸 팬들을 만족시켜주었다. 공연 후반부의 곡들에서도 그들은 조명과 LED 영상, 그리고 레이저 빔과 그들의 안무와 노래, 이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한국의 걸그룹들의 무대와는 차별화된 무대를 선사하며 관객들을 만족시켰다.

  [JPN] 앨범 속에 담겨 있었던 'My Color' 로 일단 퍼퓸의 무대는 막을 내렸지만, 사람들이 앙코르를 외치는 건 당연한 일. 그렇기에 잠시 후에 이들은 평소와는 달리 한 명의 여성을 무대 위로 더 데리고 등장했다. 바로 맥시멈 더 호르몬의 홍일점 나오였다. 이미 작년 첫 퍼퓸 페스트에서 그녀는 퍼퓸의 요청으로 함께 'Chocolate Disco'의 안무를 함께 소화해 본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대신 'Laser Beam'의 안무를 함께 소화하며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나머지 멤버들과 같은 복장에 더 큰 리본을 달고 나타난 그녀는 비록 몸매는 나머지 퍼퓸의 세 멤버들과 다를지 모르지만 춤 실력에 대해서는 그녀들에게 절대 뒤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앙코르를 더 외치자, 이번에는 즉석에서 'Chocolate Disco'의 안무도 다시 보여주기도 했다. '일본에 돌아가면 자신의 3살짜리 딸에게 '엄마가 퍼퓸의 일원이었단다'라는 말을 꼭 하겠다는 나오의 멘트에 사람들은 박장대소하기도. 마지막으로 퍼퓸 멤버들은 한국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무대에서 내려갔다. 

   비록 한국의 힘겨웠던 상황 때문에 반년이 늦춰져서 진행이 되었지만, 오히려 그렇게 오래 기다렸던 덕분에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맥시멈 더 호르몬과 퍼퓸 멤버들 모두 더욱 즐겁고 기쁜 감정이 얼굴에 드러날 만큼 열과 성을 다하는 공연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관객으로서는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관객들 역시 아이돌/일렉트로닉/댄스 팝 팬들과 펑크/메틀 팬들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며 음악을 즐기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하나로 뭉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말 당분간 한국 내한공연에서 보기 힘들 기념비적인 라이브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출처: 아뮤즈 코리아/퍼퓸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