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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ibutors' Montly Columns/조용범 - 우리도 사랑일까

[제 3호] 우리도 사랑일까 - 첫사랑 보관법


“나는 오래 쓸쓸한 길을 더듬고 있어요.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어요. …… 당신이 냉정했다는 말은 하지 않겠어요. 좀 더 잘해 주었다면 좋겠지만, 괜찮아요. 당신은 내 귀중한 시간을 헛되게 했을 뿐이지요.(밥 딜런, <Don't Think Twice It's Alright> 가사 중 일부)

불안한 미래의 스무살 음악청년 밥 딜런의 첫사랑도 어김없이 난관에 봉착했다. 뼈대 있는 이탈리아 좌파집안은 불한당한테 열일곱 살 예술가 지망생인 딸을 보호하기 위해 도피성 유럽 유학도 불사했다. 의지의 청년 밥도 가만 있지 않았다. 편지로 애원하다가 유럽으로 그녀를 찾아가는데, (애달프다, 운명의 장난인가) 미국으로 돌아간 그녀와 엇갈리고 말았구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은 드라마 같은 첫사랑 사건을 벌이던 당시 쓴 곡이다. 밥 딜런은 “마치 로댕의 조각상이 살아서 걸어오는 것 같았다”고 할 정도로 수지 로톨로에게 빠져 있었다. 그 해(1962년) 겨울 뉴욕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수지 로톨로의 아파트에서 (많이 춥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실내에서도 스웨터를 입고 또 그 위에 밥 딜런의 스웨터를 하나 더 입고 있어야 했다. 앨범 「The Freewheelin’ Bob Dylan」(1963) 커버 사진의 그녀는 겹겹이 껴입어 조각상 치곤 좀 뚱뚱해 보이기까지 한다. 반면 밥 딜런은 재킷 단추도 다 채우지 않고 허세를 부려 보지만 어깨가 움츠러드는 걸 어쩌지 못한다. 지금 막 거리에 나선 꾸밈없는 연인들, 밥 딜런은 순수한 사랑의 한 장면을 멋지게 연출해냈다.

글 / 조용범